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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읽기] 당대를 압축한 매체, 광고

▷ 광고를 만드는 일은 한 시대의 어느 한 순간을 관찰하고 재해석하고 창작하고 기록하는 일. 작품은 요하네스 베르메르 미술작품과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는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와 함께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치고는 작품의 크기도 작고, 남겨진 작품 수도 적지만, 그가 남긴 서른 두 개의 그림은 베르메르 특유의 개성이 잘 드러낸 걸작들입니다.

정교하게 구성된 햇빛이 비치는 실내, 인물과 사물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진 그림들은 300년이 지난 오늘날의 미감으로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가로 45.5센티미터, 세로 41센티미터. 작은 화면에 그려진 ‘우유를 따르는 여인’은 네덜란드 장르화에서 많이 그려지던 일명 부엌 그림(kitchen painting)에 속하는 그림이지만, 온갖 음식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부엌그림들과 다릅니다. 간결하면서도 생생합니다.

이 그림은 단순한 생활 모습이 아니라 성서에서 신자를 구원에 이르게 할 생명의 빵과 연결되는 생명의 젖으로 확대해석 되기도 합니다.

베르메르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로 불립니다.

다른 그림들은 배경이나 소도구를 통해 그림 속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지만, 검은 바탕에 그려진 소녀는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푸른 터번과 진주 귀고리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자기만의 개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예술

보여주지 않으니 궁금증과 신비로움이 증폭됩니다. 베르메르는 경제적 곤궁함에 시달리다 4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19세기에 들어 프랑스에서 사실주의가 유행하면서 일상생활을 그린 17세기 네덜란드 그림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인상주의가 유행하면서 빛에 주목한 베르메르의 작품들이 재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순간을 영원화한 베르메르의 그림들이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은 미술시장에서 잘 팔리는 그림보다 자기만의 개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순수한 고등학생들이 보여주는 성장일기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이웃사촌이 되어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는 잔잔한 감동 못지않게 당시 유행했던 대중문화를 다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요, 코미디, 광고 등 여러 대중문화가 단지 상품화되어 소비되고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베르메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처럼 드라마를 구성하는 특징적인 소도구가 되어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특히 텔레비전 화면 속에 등장하는 짧은 광고는 시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움을 구축하려 애쓴 흔적들이 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광고는 당대 디자인 수준 드러내는 캔버스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20년 전 광고들을 보면서 광고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익숙함과 평범함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를 담아내는 매체로서 당대 디자인 수준을 드러내는 캔버스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베르메르 그림에 나타난 배경과 소도구들로 17세기 유럽 어느 도시의 일상을 살펴보듯,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광고들로 80-90년대의 일면을 볼 수 있듯, 우리 시대의 단면들도 짧지만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들에 담깁니다.

광고를 만드는 일은 한 시대의 어느 한 순간을 관찰하고 재해석하고 창작하고 기록하는 일입니다.

어떤 시각으로 현상을 볼 것인지, 어떤 메시지를 확대 재생산하고 싶은지,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되 어떤 디자인을 적용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과정에서 개성을 잃지 않는 광고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봅니다.


개성 잃지 않는 광고인들 많아지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광고를 만드는 혹은 광고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광고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이 기사가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광고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볼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자문하곤 했습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에 자답하면서 광고를 눈여겨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광고를 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익명의 이웃들이 품은 욕망과 희망과 눈물과 웃음을 두루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제멋대로 쓴 서투른 광고읽기를 읽어주신 독자와 지면을 허락해주신 분들의 수고와 격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글_정진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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